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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만에 깨진 '3대 저주'
86년만에 깨진 '3대 저주'
[MLB 파크] 시카고 화이트삭스, 승부조작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MLB 파크] 시카고 화이트삭스, 승부조작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2024.10.25
2024.10.25
Editor 송치훈 기자(동아닷컴)
[MLB 파크]
스포츠 전문 기자 경력 10년, 야구 찐팬 경력 30년, 야구에 진심인 그만의 시선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메이저리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해당 콘텐츠는 Eland Museum의 특별한 소장품으로 MLB Park와 함께 제작하는 기획 콘텐츠 입니다.
2005년 10월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펼쳐진 '미닛메이드 파크'에는 4만 2936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이날 관중들의 관심은 오직 한 곳에 있었다.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메이저리그의 '저주'가 마침내 깨질 수 있을지였다.
* 월드시리즈(World Series): 메이저리그의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7전 4선승제 시리즈. 아메리칸리그 우승팀과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맞붙는다.
1919년, 당시 리그 최강팀이었던 화이트삭스는 '블랙 삭스의 저주'라 불리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갖게 된다. 구단주의 지나치게 낮은 연봉 책정에 불만을 품은 '조 잭슨'을 포함한 8명의 선수들이 도박업자들과 결탁해 고의로 월드시리즈를 져주기로 한 것이다. 이 사건이 발각되자 8명의 선수들은 영구 제명되었고, '깨끗한 양말'이란 뜻의 팀 이름이 무색하게 '검은 양말'이란 의미의 '블랙삭스'로 불리게 됐다.
그로부터 86년, 2005년의 화이트삭스는 달랐다. 시즌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다. 4월, 17승 7패를 기록한 화이트삭스는 162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99승 63패를 달성. 정규시즌 내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총 5개 팀으로 구성
화이트삭스의 위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둔 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1패 4연승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1959년 이후, 46년 만의 쾌거였다.
* 디비전시리즈: 포스트시즌의 첫 단계. 정규시즌 성적 상위 팀들이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시리즈
** 챔피언십시리즈: 디비전시리즈 승자들이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겨루는 7전 4선승제 시리즈
월드시리즈는 화이트삭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끝났지만, 매 경기가 극적인 순간들로 가득했다. 1차전에서는 화이트삭스의 마무리 투수 바비 젠크스가 8회 무사 1, 3루의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실점을 막아내며 빛나는 호투를 선보였다.
2차전은 논란의 판정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2-4로 뒤진 7회말, 애스트로스의 투수 댄 휠러의 투구가 화이트삭스의 저메인 다이의 몸에 맞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비디오 판독 결과 공은 다이의 방망이를 맞춘 것으로 드러났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화이트삭스의 폴 코너코가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3차전은 14회까지 이어지는 혈투였다. 4-0으로 뒤진 5회초, 화이트삭스가 대거 5득점하며 5-4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8회 애스트로스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승부는 14회까지 이어졌다. 5-5로 맞선 14회초, 화이트삭스의 제프 블럼이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우승이 걸린 4차전은 7회까지 투수전이 이어졌다. 0-0으로 맞선 8회초, 화이트삭스의 저메인 다이가 적시타*를 터뜨려 1-0을 만들었다. 마지막 9회말에는 유격수 후안 유리베가 두 차례 애스트로스의 추격을 막아내며 경기는 1-0, 화이트삭스의 승리로 끝났다. 1919년 이후, 86년 만에, '블랙삭스의 저주'가 깨진 순간이었다.
* 적시타: 득점으로 이어지는 안타
당시 화이트삭스의 구단주였던 제리 레인스도프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불스의 우승 트로피 6개와도 맞바꿀 의사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간절히 화이트삭스의 우승을 바랐다. 우승이 확정되자 레인스도프는 트로피를 끌어안고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감격했다.
메이저리그의 '3대 저주*' 중 하나가 마침내 깨진 것이다. 앞서 2004시즌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해소했고, 이제 화이트삭스가 뒤를 이었다. 11년 후, 2016시즌에는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이저리그의 '3대 저주'는 모두 역사가 됐다.
* 3대 저주: 메이저리그의 세 구단(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카고 컵스)이 각각 수십 년간 우승하지 못했던 것을 일컫는 말. '밤비노의 저주'(레드삭스, 86년), '블랙삭스의 저주'(화이트삭스, 88년), '염소의 저주'(컵스, 108년)를 뜻한다.
한편, 화이트삭스의 우승은 당시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헐크'라는 별명으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이만수 SK 와이번스 전 감독이 당시 화이트삭스 불펜 포수* 코치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전 감독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룬 첫 동양인 지도자가 됐다.
* 불펜 포수: 투수들의 훈련을 돕고 경기 전 투구 연습을 받는 포수. 투수들의 컨디션과 구위를 점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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