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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호텔, 어떻게 가족여행 핫플이 됐을까?

2022년 1월 18일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켄싱턴 호텔 전체 부문장과 평창 호텔 총지배인을 맡고 있는 이지운 입니다. 2011년에 ESI 전략기획실로 입사했고요. 호텔개발팀, 그룹 CSO실, 여의도 식음 팀장, 강원도 스타호텔과 여의도 켄싱턴호텔 총지배인을 거쳐 작년 7월부터 켄싱턴호텔 평창 총지배인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호텔업이란 고객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물하는 일

 


Q. 현재 켄싱턴호텔 평창의 총지배인과 더불어 켄싱턴호텔 부문장도 함께 맡고 계세요. 호텔 부문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국내에는 5개의 켄싱턴호텔과 10개의 켄싱턴리조트가 있어요. 호텔부문장은 그 중 5개의 켄싱턴 호텔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켄싱턴호텔 평창 총지배인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평창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그것들을 확산하는 전달자 역할을 주로 합니다. 또 매주 각 호텔의 진척 사항을 점검하고 더 좋은 방법들을 피드백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처음 호텔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취업 이전에 호텔업에 관해 생각해본적은 없었습니다. 원래는 펀드매니저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대학교 3학년 때 이랜드 최형욱 부사장님 강의를 우연히 듣고, 이랜드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어요. 그 때 이랜드에 인턴으로 입사하고 처음으로 호텔 프로젝트를 경험했어요.

저는 호텔 프로젝트를 계기로 직업관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펀드매니저가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이라면, 호텔 사업은 내가 스스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직업이었던 거예요. 그 강의를 듣지 않고 내가 생각한 길을 갔다면 일하는 보람이나 재미는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호텔은 매 순간 고객이 다르고, 고객 서비스는 점점 개선 되거든요. 매 순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Q. 그렇게 켄싱턴호텔 전체 부문장과 평창호텔 총지배인을 맡으면서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들었어요. 켄싱턴호텔 평창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항상 적자 사업부였던 켄싱턴호텔 평창이 흑자전환을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평창호텔은 ‘키즈 파라다이스’를 한 단어로 그 컨셉을 살리는 변화를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최근 만들어낸 변화들로 키즈를 동반한 가족고객 비중이 80%까지 늘었고요. 8월기준 누적영업이익 전년대비 25억 개선하였습니다. 아직 미약하지만 올해 10억정도 흑자마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흑자 구조를 키워가는 호텔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와.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영업 이익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요.

켄싱턴호텔 평창은 ‘대한민국 최고의 키즈 테마파크’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평창호텔은 2만평의 프랑스풍 정원이 아름다워서 가족 여행지로 큰 강점을 가지고 있거든요. 여기에 ‘키즈 체크인 서비스’나 ‘키즈 기념일 패키지’, ‘키즈 메뉴’ 같은 키즈 타깃 서비스를 섬세하게 늘렸고요. 거기에 더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키즈월드’, ‘VR 체험장’ 등 컨텐츠를 더해 키즈 컨셉을 더 뾰족하게 만들었어요.

처음엔 무료로 제공되던 키즈라운지 공간에 ‘키즈월드’라는 유료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어요. 그런데 고객조사를 할 수록 유료시설이 들어와도 잘 운영될거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긴 설득 끝에 ‘키즈월드’를 오픈했을 때, 월 5천만원 규모의 추가 매출이 생기고, 고객 만족 또한 높아졌어요. 그 시설로 키즈 호텔이라는 컨셉이 명확해져서, 직원들도 ‘대한민국 최고의 키즈 파라다이스’라는 비전에 동기부여가 생긴 변화도 있었습니다. 

 



 

 

켄싱턴호텔 평창에 방문한 키즈 고객은 키즈 체크인 창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키즈 파크와 수영장, 만들기 프로그램을 즐기는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가득 즐길 수 있다. 

기존 호텔업의 고정관념을 깼던
'1인 다역 프로젝트'

 

Q. 평창호텔 총지배인 역할을 맡게 되셨을 때, 가장 처음 집중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처음에는 사실 기존 호텔이 가진 일하기 방식과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호텔 지점을 들여다보면 직원들의 역할은 예약실과 하우스키핑, 식음팀, 프런트 등 기능에 따라 나뉘어있어요. 기능별로 팀이 나뉘면 전문성이 생긴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고객 요청에 응대하는 과정에는 실행속도와 효율면에 아쉬운 점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프런트 직원에게 하우스키핑 관련 요청을 전달하면, 하우스키핑팀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한 단계 거친 후에야 해결이 되었어요. 일이 바쁠 때는 요청이 누락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저희는 ‘1인 다역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29개 과업을 재정렬했고, 그 결과 중 하나로 지금은 프런트와 예약실, 하우스키핑이 같은 팀으로 함께 일을 합니다. 모든 직원이 고객 관점에서 원하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꾸고 직원들을 새롭게 트레이닝 한 거예요.

또한 모든 직원들이 단순히 고객응대를 넘어 셀러 역할도 하고 있어요. 예약이 들어오면 객실만 예약하는 분께는 호캉스 패키지나 양떼목장 같은 패키지를 추천했죠. 8월 한 달 동안 *업셀링 매출로만 2억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업셀링(up-selling) : 격상 판매 또는 추가 판매라고도 하며 특정한 상품 범주 내에서 

상품 구매액을 늘리도록 업그레이드된 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활동의 하나

 


 


 

 

 

Q. 조직개편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고객관점에서는 합쳐지는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선입견도 많았고,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기존 업무도 많다보니까 그것을 줄여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했죠.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나 행정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해야했던 일은 모두 없애거나 간소화 했어요. 각각 다른 부서로 바꾸어 근무를 해보면서 서로의 업무에 익숙하게 했어요. 6개월 정도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 후에 팀을 합쳤습니다.  

 

Q. 영화관 직원들이 티켓박스와 팝콘매장, 영화관을 순환 근무 하듯이 호텔에서도 모든 직원이 모든 역할 근무가 가능하도록 바꾸었나봐요!

네 맞아요. 사실 주말같은 경우에는 모든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일하지 않으면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체크인을 하다가도 예약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요. 직원들이 경험을 해보면서 차차 이게 왜 필요한지 이해를 해주더라고요. 1인 다역이라는 이 프로젝트가 잘 자리잡는다면, 전 호텔 사업에서 눈여겨보는 호텔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고객관점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직원이 호텔을 대표하는 모델이 될 수 있고요.  


일 잘하는 비결은
'실행 속도'와 '지출관리'

 
 

 

Q. 영업이익 흑자를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변화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총지배인을 경험하면서 그런 깨달음이 있었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꼭 맞추어 변화해도 매출 변화는 미미한 경우가 있었고, 어떤 때에는 ‘이게 될까’ 싶은 반신반의한 결정을 하면서도 매출로는 크게 터지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고객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비용은 100%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창 호텔의 거래 명세서 단위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구입 물품과 업체를 전부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내 집안에 살림살이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돈 버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렇게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과정이 사업의 기초체력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올해 초에 진행한 건 어메니티 작업이었어요. 저희는 7년째 같은 업체에서 어메니티를 공급 받고 있었는데요. 새롭게 비딩을 거쳐서 40%정도 더 낮은 단가로 더 좋은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공급 업체를 다시 찾고 공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를 합니다. 개별 단가로는 몇 십원에서 몇 백원 하는 작은 금액 차이였지만, 합쳐보니 연간 억단위의 절감이 되었고 평창호텔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어요. 티끌모아 태산되듯 작은 낭비를 조금씩 줄여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Q.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변화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세요? 

하루의 절반 이상은 현장에 있으려고 해요. 프런트에서 고객의 체크인/아웃을 돕고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며 고객의 요청을 듣기도 하고요. 긴 시간 같이 일하다보니까 고객이 던지는 말이나 직원들이 던지는 말들을 사업과 연결할 수 있었어요. 

또 저희 가족은 매 달 한 곳 이상 호텔 여행을 다닙니다. 다른 호텔에 방문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오기도 합니다. 이제 4살이 된 아들은 저희 켄싱턴호텔 평창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군이기도 한데요. 아이가 하는 이야기도 귀담아 들으면서 작은 부분들도 바꾸어가고 있어요. 



Q. 아들의 반응이 실제로 호텔에 반영된 사항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동물 먹이예요. 저희는 동물 농장에서 양과 사슴, 토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도록 건초를 판매했는데요. 아들이 “왜 토끼한테 건초를 줘. 토끼는 당근을 좋아하는데...” 하고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때 아차 싶어서 동물 먹이를 사슴 먹이, 양 먹이, 토끼 먹이를 따로 구성했어요. 아이들의 동심도 지키고 동물 먹이 매출도 소소하게 늘어났던 경험이 있었어요.  
 

Q.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던 이지운 총지배인님만의 ‘일 잘하는 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켄싱턴호텔 평창의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었던 두 가지 요소가 있다면 ‘실행속도’와 ‘비용관리’ 입니다. 당장은 확실하지 않아도 실행부터 해보는 습관이 중요했습니다. 변화의 성패는 제가 아니라 고객이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내일이라도 실행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실행 후 피드백하고 버전업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쓰는 돈에 있어서는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에요.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잘 놓치는 게 ‘매출의 함정’이에요. 매출이 잘 나온다고 이익이 나오는 게 아닌데, 당장은 매출이 안나와도 고객이 많이 오면 이윤이 날거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당장 객실 하나를 판매 하더라도 이윤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현재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현재 켄싱턴호텔 평창을 흑자로 전환하는 1단계는 넘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가 해야하는 역할을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변화가 시스템화가 되어야 하는데, 시스템이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전에 SHO 역할을 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키울거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면 저라는 사람은 어떻게 성장했냐 질문했을 때, 회사에서 주도권을 주고 일할 수 있게 기다려줄 때에 가장 배려받았다고 느꼈거든요. 직원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며, 직원들이 직접 해보고 스스로 피드백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내년에는 켄싱턴호텔 평창의 영업이익율을 20%까지 늘리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올해 수익부분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고객 만족도도 함께 높여서 오신 고객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오고 싶은 호텔로 기억되고 싶어요. 고객 만족지표를 측정하고 있는데, 10명 중 9명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다’라고 응답하게 하는 게 내년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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